

많은 팬들이 그의 K리그 복귀 좌절을 아쉬워하고 있어요. 기성용이 FC서울에서 뛰던 시절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귀네슈 감독의 지휘 아래 많은 이슈(또는 아그로)를 만들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2008년 K리그 베스트 11에 선정됐으며 청소년과 K리그에서의 활약으로 국가대표로 발탁되기도 했습니다 서울이 인기 구단에 오른 것도 기성용 이청용 등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드팬은 과거의 향수를, 국대팬은 왕년의 스타를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축구인들은 기성용의 K리그 복귀로 K리그 흥행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결과는 모두의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축구팀을 운영하는 프로의 입장에서 보면 서울의 행보를 그다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의 입장에서는 이미 이적 시장에서 더 젊고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들로 보강을 완료한 상태이고 기존 중반 멤버들도 국대급 수준의 스쿼드를 구축한 이상 실전 감각이 의문시되는 기성용의 영입이 절실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세운 주급체계를 무너뜨리면서 영입하기에는 리스크가 크고 흥행 같은 불확실한 요소로 팀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위약금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계약서에 적혀 있는 본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미 국본 등 엄청난 보강을 했고 스쿼드가 과포화 상태라 최용준 등 비싸게 주고 데려온 선수들을 이곳저곳에 임대해준 전북이 굳이 기성용을 영입하겠다고 접근한 것도 의아해 보이네요. 과거 본인들의 레전드인 대양과의 재계약 마찰로 경쟁팀에서나 볼 수 있는 쇼킹한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을 겁니다.

하지만 서울이 기성용을 영입하지 못했다면 이런 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됐을 것입니다. 항간의 소문에 따르면 터무니없는 액수로 얻어맞은 것은 물론 모욕적인 말로 기성용의 자존심을 깎아내렸다는 소문이 있어요. 서울이 기성용 측의 K리그행 포기 보도 후 내년 시즌 복귀에 관심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서울이 어떤 마음으로 기성용에 대응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팬들은 대개 어느 정도 구단 편을 들기 마련이죠. 아무리 위대한 선수라도 팀을 우선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는 팬들도 구단이 얼마나 팀 레전드에게 극진한 대우를 받았는지 기억하기 때문일 겁니다. 가까운 예로 야구에서도 구자욱 선수가 연봉 협상이 막히자 팬들은 구자욱 선수가 지금까지 희생된 게 어느 정도인데 구단이 어려우냐며 선수 응원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팬들은 감성적이지만 때로는 너무 이성적이고 박정하기까지 합니다.
과거 서울은 다른 팀에서 에이스급 선수를 영입할 때 ‘대승적 차원’과 ‘인간적 접근’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다른 팀 팬들의 눈에는 전혀 있을 수 없는 조건인데도 그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선수들을 데려왔다며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처럼 말하더군요. 서울의 이번 행보는 왜 우리 레전드에는 우리 팀에 오지도, 다른 팀에 가지도 대승적 차원과 인간적 접근법을 활용하지도 않는지 아쉬움을 남깁니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여유 있게 선수들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협상할 수 있었는데,서울은 이번 일로 보이지 않는 큰 무형 자산에 손상을 입은 것 같습니다. 당분간 언론과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데 과연 이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요.